질감이 거친 갱지 위로 개인사가 줄줄이 적혀 있었다. 그 아이의 우수한 성적과 명랑한 성격, 어려운 집안 형편과 병세, 치료에 필요한 금액까지. 모금은 전 학년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했다.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. 만약 내 개인사가 전교생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면…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졌다. 종이를 냉큼 접어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다.
그 아이는 나와 같은 아파트, 다른 동에 살고 있었다. 다른 동이라고 해봤자 달랑 두 채뿐인 작고 낡은 아파트였다. 건물 사이의 놀이터엔 미끄럼틀 하나와 그네 두 개뿐이었다.